영화평 – 사당동 더하기 33
- 지독히 불편함 냉정한 감동. 독고탁의 “사당동 더하기 33” 리뷰

“사당동 더하기 33”은 조은 감독님이 33년에 걸쳐 완성한 문화기술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해방직후 신탁통치 시기 월남한 금선 할머니의 4대 가족을 따라 그 삶의 궤적을 상세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사당동 더하기 33”의 전작은 22년간의 기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사당동 더하기 22” 입니다. 을지공간은 8월 8일 “사당동 더하기 22”와 “사당동 더하기33”를 릴레이 상영하였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사당동 더하기 25” 도서를 시중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고, “사당동 더하기 33”은, 코로나 영향으로 일정이 변경되지 않는다면, 명동 CGV ART 1관에서 8월 26일 오후5시에 보실 수 있습니다.
인생을 잘 살아가는게 참 어려운 일같다… 너무 당연한 말로 들리기도 하지만 저 단순한 말의 역사는 쉬이 가늠할 수 없다.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이 말은 얼마전 내가 80년의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어떤 할머니와의 우연한 짧은 대화속에서 등장한 말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생을 잘 살아가는게 참 어려운 일같다. 잘 살아가는 것은 타고난 운명일까? 아니면 치열한 노력에 의한 개인들의 능력인걸까?
사당동 더하기 33은 이런 의문들을 계속 곱씹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 다큐멘터리는 어릴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몰라 어쩔줄 몰라했던 낯설은 방문자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내가 잘못한건 하나도 없는데 잘못을 한 것만 같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과 분위기. 그런 의미에서 사당동 더하기 33은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 작품일지도 모른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생존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는 생활을 자연스럽게 영위하고 소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사실은 모르고 있지 않은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하고 있었던 가난한 사람들의 노골적인 삶의 모습들, 태연하고 천연덕스럽게 존재하고 진행되어져 온 한 가족의 역사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좁디 좁은 시야에 인간의 존재함에 대한 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것들을 의미화하고 규정짓지만 이것들은 인생이라는 미지 세계의 변수와 의외성 앞에서 번번히 무기력하게 무너지게 된다. 넘어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멈춰있어야 하는걸까? 일어서서 다시 나아가야 하는걸까? 아니면 돌아가야 하는걸까? 그리고 각각의 선택들 중 옳고 그른것은 존재하는것일까? 나의 선택은 온전히 나 자신의 의지만 반영된 고유의 선택일 수 있을까?
감독은 말한다. 이 가족의 생존에 대한 의지와 강인함은 경계가 없었다. 가난의 무게를 담을수 없었다고… 우리는 가난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가난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예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진짜 현상들을 모두가 한번쯤은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