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공간 가을 단막극 시즌 1 참가작 공모 진행중
- 주제는 <공존>, 연극, 영상, 무용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1시간 이내의 작품이면 모두 응모 가능

소극장 을지공간에서 올 가을 단막극 시리즈에 참가할 참가작 공모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을지공간 가을 단막극 시즌 1>로 시작하여, 매 해 시즌이 단막극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공모전은 코난이 주관하고 있습니다. 공모전의 내용에 대해 도우너와 코난의 질의 응답입니다.
도우너: 무슨 공모전인지 궁금해하실 독자분들께 설명을 좀 해주세요.
코난: (독자님들께) 을지공간에서 매 해 가을에 단막극 시리즈 시즌을 열려고 해요. “단막극”이긴 하지만 연극, 영상, 전시, 미술, 연주, 무용 분야를 가리지 않구요. 단막이니… 1시간 이내의 시간 분량이면 좋겠어요. 을지공간은 50석 정도의 규모이고 소극장이니 그에 적합한 작품이어야겠죠.
도우너: 연극만 하는게 아니라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구요?
코난: 을지공간의 블랙 박스 형식 무대를 활용한 모든 다양한 형식의 퍼포먼스를 환영해요. 연극, 연주, 무용 모두 소화 가능하고, 전시도 가능하구요. 프로젝터로 영상을 틀 수도 있고. 비싼건 아니지만 업라이트 피아노도 최근 큰맘 먹고 들여놓았고 피아노조율사회 회장님이 조율도 해주셨어요. 연주나 퍼포먼스에 이것도 필요하시면 활용하실 수 있어요. 다만 올라가서 앉는다거나 받침대로 쓰는 건 안되요…
도우너: 주제 “공존”은 어떤 모티브에서 온 주제인가요?
코난: 저는 낙원아파트에 살아요. 서울에서 젤 오래된 주상복합 중 하나죠. 이사를 온 뒤에 살펴보니 참 재미있는 광경이 보였어요. 집 근처에는 소위 “이반”이라고 하는 아저씨들이 모여서 노는 곳이 있더라구요. 다른 쪽에는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장기판을 벌이시구요. 또 옆으로 넘어가면 젊은 데이트족들이 화사하게 꾸미고 여기 저기 구경하고 놀아요. 아파트 반경 1킬로 안에 이 여러 색깔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서로 미끌어지며 공존하고 있죠. 한 공간에 존재는 하나 서로 다른 차원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 각자 자기의 버블 안에 존재하는 느낌? 과연 우리는 “공존” 하는걸까… 이 곳으로 이사온 이후로 ”공존”이라는 주제를 계속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도우너: 한 시대 한 공간을 사는 모습이 낙원아파트 근처처럼 외양 만으로도 평화롭지만은 않죠. 사상적 좌,우 갈등이라든지, 성별 대립, 세대 단절. 첨예하게 갈등이 일어나는 부분이 많자나요.
코난: 그렇죠, 요즘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종교적 자유 또는 사생활의 비밀과 같은 추상적 가치와 공공 보건이라는 생존적 가치의 충돌도 있죠. 다양한 형태로 각자의 삶의 행로가 부딪히고… 특히 코로나 시대에는 건강과 생존이 직결되다보니 그 갈등은 더욱 예리하고 격렬해지는 것 같아요. 요즘은 같이 산다는 것이 충돌과 투쟁을 한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도우너: 좀 추상적이라서 잘 와닿지 않는데요… 예를 들어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코난: 우리가 한 시대와 한 공간을 함께 살아가죠.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많죠. 그래서 충돌과 분쟁이 생기는 것이구요. 서로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위협이 될 수도 있죠. 맞지 않는다고 무시하고 없는 듯이 살 수도 없어요… 한정된 시대에 한정된 공간에서 자원을 나누어 쓰며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살아 있기 때문에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같이 사는 법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어요. 나 살겠다고 남을 죽일 수 없고, 내가 죽을 수도 없는거 아녜요. 죽이기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억누르고 살 수는 없죠. 그렇다면 어떻게 같이 살 것인가 고민할 수 밖에 없고,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여성과 남성이 한 시대와 공간에서 살면서, 예전에는 남성이 여성을 일방적으로 억누르면서 살아왔죠. 그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그 방식으로는 함께 살아갈 수가 없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고민을 해야 하는거죠. 사람과 동물, 사람과 자연,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 하얀 사람과 노란 사람과 까만 사람… 마찬가지죠.
도우너: <공존>이라는 주제가 엄청 큰 주제인 거 같네요.
코난: 거창한 담론을 풀어내자는 건 아녜요. 그냥 우리 인생이 자신만의 행로를 가지지만 또한 ‘공존’함을 느끼게 하는 사소한 순간들을 무대에 올려보고, 각자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고 싶었어요. 이번 가을 단막전에는 공존의 의미에 대해 생각 해보게 되는 스토리들, 표현들을 ‘공존적’으로 풀어보고 싶어요.
도우너: 참가작으로 선정되면 뭐가 좋은가요?
코난: 일단 대관료 없이 을지공간의 무대에 작품을 올리실 수 있구요, 약소하나마 소정의 진행비를 드리려고 해요. 그리고 상연을 위한 홍보마케팅도 지원하고요. 호흡이 잘 맞는 작품은 을지공간의 정기 작품 라인업에 포함시켜서 좀 더 길게 같이 가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어요.
도우너: 단막극 시리즈라면, 몇 작품 정도 생각하세요?
코난: 지금으로서는 4개 작품 정도 생각해요. 하지만 작품의 성격에 따라서 좀 더 할 수도, 좀 덜 할 수도 있겠지.
도우너: 선정된 작품은 10월 11일부터 11월 11일 사이에 상연되는거죠?
코난: 지금 계획으로는 1개의 작품을 1주일 동안, 총 4주에 걸쳐 상연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작품 중에는 1주일을 상연하는게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 좀 탄력적으로 운영해야겠지요.
도우너: 공모전에 응모하고 싶으신 분들이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코난: 상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공모전 안내를 참고해주세요. 그래도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저희 을지공간 이메일로 문의를 보내주시면 되요. 이메일 주소는 euljispace@gmail.com 예요.
“을지아트쌀롱” 오픈
- 8, 9월 공연기술 워크샵 및 배우예술 워크샵으로 시작
아래 내용은 독고탁이 <혼잣말 워크샵>을 준비중인 장정인 연출과 대담을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쌀롱”의 부흥기라고 합니다. TV 프로그램 ‘언니네 살롱’, ‘인문학 살롱’을 비롯해서 오프라인에서는 ‘트레바리’, ‘문토’ 등 다양한 ‘소셜 살롱’이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쌀롱”을 추가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다양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지식을 나누고 체험하고 또 창조하고, 예술가들이 모여 기량을 갈고 닦으며, 예술가와 관객들이 서로 교류하고 상호 자극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야심찬 저희 이상은 달성되지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저희가 바라보고 있는 목표는 그렇습니다.
최선을 다한 세미나, 강좌, 워크샵 등의 컨텐츠를 준비하여 다 같이 맛을 보고 연구하고 내 안의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하나씩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쌀롱에 커피가 빠질 순 없겠죠. 9월 30일부터 매주 월요일에는 을지공간의 서재를 무료로 개방합니다. 혼자서 또는 모임 구성원들과 편하게 쉬면서 커피 드시면서 독서도 하고 토론도 하는 쌀롱의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무대도 있으니 19세기 프랑스 쌀롱처럼 연설을 하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우선 8월에는 SNS 홍보디자인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김정현 디자이너께서 브랜딩에 필요한 디자인의 기초를 3시간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굉장히 상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실무적인 팁도 친절하게 한 무더기 안겨주시고 가셨구요.
9월에는 조명 기초 활용 워크샵을 3회에 걸쳐 진행합니다. 박정현 디자이너께서 조명기의 기초 활용법, 테크니컬 크루와 출연진의 소통법, 조명 크루를 위한 실무 팁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주실 예정입니다.
9월의 하이라이트는 장정인 연출/배우가 진행할 <혼잣말 워크샵>이 될 것입니다. <혼잣말 워크샵>은 10명 규모의 소그룹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연출로서의 경험과 다년간의 워크샵 진행으로 다져진 티칭 노하우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이 서로 도와가며 고유의 모노로그 기법을 개발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장정인 을지공간 상임연출과의 대담을 통해 워크샵의 취지와 목표에 대해 좀 더 알아보았습니다. 독고탁과 장정인 연출은 서로 동갑내기여서,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하여 대화의 내용을 그대로 옮깁니다.
독고탁: 이거 어떤 워크샵이야?
장연출: 혼잣말 워크샵은 간단하게 말해서 말하고 연기하는 방법을 찾는 워크샵이야. 자기만의 독백을 만들고 연습하는거지
독고탁: 독백이라면… 연극 같은데서 배우들이 혼자 길게 말하는거지?
장연출: 맞아! 꼭 길게 얘기하는게 독백은 아니지만 무대에서 배우가 혼자 말하는 걸 보통 독백이라고 해
독고탁: 그러면 혼자 말하는 연기를 위한 워크샵인거네?
장연출:그렇지.사실 굳이 독백연기라는 말이 있는데 혼잣말 워크샵이라고 한 건 독백이라고 하면 좀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지는게 있잖아. 그런데 혼잣말은 누구나 한 번쯤 다 해본적이 있을거고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을 하니까(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배우들이나 전공자들도 그렇고 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심각하지 않게 좀 더 가볍게 연기에 대해서 접근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워크샵을 만들어 봤어.
독고탁: 우리가 쓰는 혼잣말이 연기가 될 수 있다는거야?
장연출: 혼잣말 자체가 연기가 된다기 보단, 혼잣말을 하는 우리의 상태나 심리를 발견해서 그것을 연기에 쓰일수 있게 하는게 더 맞는 표현같아. 우리가 혼잣말을 할 때 긴장을 하지는 않지. 아무도 없을 때 하는 말이라 편안하잖아. 그런데 무대에서 배우의 말이란 것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혼잣말이거든 관객이 보고 듣고 있지만 배우는 그걸 인식해서는 안되는거고
독고탁: 혼잣말하는 나를 관찰해서 연기를 잘 할 수 있게 만드는건가?
장연출: 궁극적으로는 그래.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다양한 혼잣말들을 워크샵을 하면서 발굴해서 정리를 해보는거고 각각 발견해 낸 말들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다양하게 표현해 낼 수있는지 실습해 보는거지
독고탁: 선뜻 이해가 되면서도 어렵게 느껴지는것도 있어
장연출: 맞아. 이해해. 그런데 막상 직접 해보면 어렵지 않을거야.
좀 더 상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euljispace.com)나 인스타의 워크샵 관련 정보를 확인해주세요.
영화평 – 사당동 더하기 33
- 지독히 불편함 냉정한 감동. 독고탁의 “사당동 더하기 33” 리뷰

“사당동 더하기 33”은 조은 감독님이 33년에 걸쳐 완성한 문화기술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해방직후 신탁통치 시기 월남한 금선 할머니의 4대 가족을 따라 그 삶의 궤적을 상세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사당동 더하기 33”의 전작은 22년간의 기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사당동 더하기 22” 입니다. 을지공간은 8월 8일 “사당동 더하기 22”와 “사당동 더하기33”를 릴레이 상영하였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사당동 더하기 25” 도서를 시중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고, “사당동 더하기 33”은, 코로나 영향으로 일정이 변경되지 않는다면, 명동 CGV ART 1관에서 8월 26일 오후5시에 보실 수 있습니다.
인생을 잘 살아가는게 참 어려운 일같다… 너무 당연한 말로 들리기도 하지만 저 단순한 말의 역사는 쉬이 가늠할 수 없다.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이 말은 얼마전 내가 80년의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어떤 할머니와의 우연한 짧은 대화속에서 등장한 말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생을 잘 살아가는게 참 어려운 일같다. 잘 살아가는 것은 타고난 운명일까? 아니면 치열한 노력에 의한 개인들의 능력인걸까?
사당동 더하기 33은 이런 의문들을 계속 곱씹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 다큐멘터리는 어릴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몰라 어쩔줄 몰라했던 낯설은 방문자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내가 잘못한건 하나도 없는데 잘못을 한 것만 같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과 분위기. 그런 의미에서 사당동 더하기 33은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 작품일지도 모른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생존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는 생활을 자연스럽게 영위하고 소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사실은 모르고 있지 않은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하고 있었던 가난한 사람들의 노골적인 삶의 모습들, 태연하고 천연덕스럽게 존재하고 진행되어져 온 한 가족의 역사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좁디 좁은 시야에 인간의 존재함에 대한 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것들을 의미화하고 규정짓지만 이것들은 인생이라는 미지 세계의 변수와 의외성 앞에서 번번히 무기력하게 무너지게 된다. 넘어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멈춰있어야 하는걸까? 일어서서 다시 나아가야 하는걸까? 아니면 돌아가야 하는걸까? 그리고 각각의 선택들 중 옳고 그른것은 존재하는것일까? 나의 선택은 온전히 나 자신의 의지만 반영된 고유의 선택일 수 있을까?
감독은 말한다. 이 가족의 생존에 대한 의지와 강인함은 경계가 없었다. 가난의 무게를 담을수 없었다고… 우리는 가난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가난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예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진짜 현상들을 모두가 한번쯤은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 “바리이야기” 안정민 연출/작가님


창작집단 푸른수염은 지난 8월 15일과 16일 양일동안 을지공간에서 판소리 낭독극 <바리이야기>를 공연하였습니다. 창작집단 푸른수염의 대표이자 <바리이야기>를 극작/연출하신 안정민 연출/작가님을 8월 23일 을지공간의 사무실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의 이해를 위한 목적으로 <바리이야기>의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하면, 대자연의 여신은 오줌으로 인간 ‘소료’를 만들어내고 남편으로 삼습니다. ‘소료’는 틱스플라를 만들어내고 인간만의 세상을 건설하려고 합니다. 소료의 인간 세상은 자연을 오염시키고 망가뜨립니다. 자연의 오염으로 바다코끼리들이 죽어가고 사랑하는 동물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본 바리는 자연을 되살릴 생명수를 찾아서 대자연을 살내는 이야기 입니다.
도우너와 안정민 연출님의 일대일 인터뷰로 시작하였으나, 사무실에서 뒹굴고 있던 코난과 독고탁이 합류하면서 한판 수다로 이어졌습니다.
도우너: 창작집단의 이름이 재미있어요. “푸른수염” 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연출님: 그 이름에는 여러 생각이 포함되어 있어요. 주로는 푸른수염이라는 설화에서 모티브를 받았어요. 푸른수염 설화 내용을 조금 설명드리면, 옛날에 푸른수염을 가진 한 귀족이 있는데 그와 결혼한 여자들이 모두 사라져요. 남아있던 한명의 여자가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 그 귀족과 결혼을 하고, 귀족의 집에 들어가죠. 그리고 사라진 여자들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 큰 집의 방문을 하나 하나 열고 그 안을 조사해요. 그런 호기심 많고 실험적인 자세를 가져보자는 취지가 있었어요.
또다른 생각은, 파릇파릇하게 수염처럼 나는 새싹을 의미하기도 해요. 제가 2017년도에 처음으로 창작집단을 만들 때, 생태 공동체를 구상 했었거든요. 생태 공동체가 운영하는 텃밭에서 자라는 새싹…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죠.
도우너: 이름의 경위를 알고 나니 더 흥미롭네요. 그렇다면 푸른수염 창작집단은 여성주의 또는 생태주의를 지향하는 건가요?
안연출님: 그렇게 시작한 것은 아닌데, 여성주의적 지향이 강하죠. 2017년도에 집단을 시작하고, 2018년도 정도에 지금의 4인 체제로 자리 잡았는데 전원 여성이에요. 작업을 하다 보면 ‘나’로부터의 이슈에서 시작을 하게 되는데, 전원이 여성이다 보니 여성주의적 접근 방식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 동물, 식물 모두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명칭을 붙인다면 에코페미니즘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겠죠.
저는 일단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는 생각의 정수가 무엇이든 그 것이 에코와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에코 공산주의도 좋고, 에코 자본주의라도 좋다고 생각해요… 살리는게 가장 중요한거 아닌가요?
도우너: 지금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창작집단을 이끌고 계신데, 앞으로 남성 단원은 받지 않으실 계획인가요?
안연출님: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다만… 제가 여자들에겐 인기가 많은데, 남자들에게 인기가 별로 없나봐요(웃음). 2017년도 시작할 때는 남자 단원들도 있었고, 나중에도 뜻이 맞는 분은 얼마든지 환영해요.
도우너: <바리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로 조금 방향을 바꾸어 보면, <바리이야기>는 판소리 형식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특징적인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을지공간에서 <당곰이야기>라는 작품을 상연하신 적 있고, 그것도 판소리 형식 작품이었죠. 판소리 형식의 작품을 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안연출님: 저는 영국에서 극작을 공부했는데요, 영국에서의 극작은 언어가 가지는 음악적 요소를 굉장히 강조를 해요. 극중 인물들이 각자 고유의 리듬을 가지고 있죠. 저는 음악적인 흐름을 살리는 글쓰기에 항상 매력을 느껴왔구요, 판소리 형식은 그런 음악적인 흐름을 살릴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창을 이용하여 연극을 한 여성국극에서 힌트를 받기도 했구요.
코난: 판소리 형식으로 글을 쓰는건 어렵지 않나요?
안연출님: 하하, 의외로 어렵지 않아요. 한 3~4일 정도 내리 듣고 나시면, 아니리 부분은 비슷하게 쓰실 수 있어요. 아니리 부분을 쓰다보면 흥이 생겨서 손가락님이 알아서 쳐주세요.
도우너: <바리이야기>를 쓰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안연출님: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신화/설화를 정말 좋아했어요. 신화는 삶의 뿌리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인생을 나아가게 하고 지탱해주는 힘이 되는거죠. 그런데 한국의 신화/설화를 읽을 때마다, 나는 한국 사람인데도 소외되는 기분이 들었었어요. 그게 좋은 기분은 아니죠. 그러다가, 새로 써야겠다. 배타되는 사람이 없는 신화/설화를 써야겠다. 라고 마음먹었어요. 제가 쓴 희곡을 읽더라도 배타되는 사람이 또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저의 이상향은 배타되는 사람이 없는 신화/설화 쓰기로 향해 있어요. 그런 이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있자나요. 배타되는 사람이 없는 신화/설화가 남으면 나중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겠지요.
코난: (옆의 소파에 반 누워있다가 인터뷰가 진행되는 테이블로 어느새 옮겨와서) 세상에… 천년의 프로젝트이군요! (다들 웃음) 대단하신데요.
안연출님: 저는 신화/설화를 너무 좋아해서 안 보고 살 수는 없어요. 어쩌면 초딩 같은 단순한 마음인거죠… 맘에 안드는데 내가 다시 써볼까 하는 (웃음).
도우너: <바리이야기>는 <바리 공주> 설화를 다시 쓴 것으로 보이는데요…<바리 공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안연출님: 제가 다시 쓰고 싶은 설화의 리스트가 쭉 있어요. 그 중에 제일로 갑갑한 정말 너무 갑갑한 설화가 바리 공주였어요. 리스트의 윗쪽에 있었던거죠.
도우너: <바리이야기>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면?
안연출님: 우선… 다 같이 플라스틱 좀 적게 쓰면 좋겠다는 것. 하지만 계몽의 의도는 없어요. 저는 <바리이야기>에서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소료와 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성취하고 싶고, 자연으로부터 독립하고 싶고. 그 욕망은 정말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욕망을 어떻게 콘트롤하고 다 같이 살아가는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가가 고민의 포인트이고 <바리이야기>를 통해서 던지고 싶었던 화두에요. <바리이야기>에서 바리가 어머니인 대자연의 신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인간을 벌하고 꾸짖을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을 살피고 사랑하게 하는 마음을 달라고. 북극곰이 좋고 사랑하게 되면, 북극곰이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지 않겠어요? 박쥐가 좋으면, 박쥐가 살 수 있는 동굴을 주고 싶지 않겠어요?
코난: <바리이야기>에서 플라스틱을 틱스라플이라고 부르시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신 이름이에요?
안연출님: 그건… 그냥 막 쓰는 과정에서 손가락님이 그렇게 쓰라고 하셨어요…(웃음)
독고탁: 틱스라플… 그리고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 희망적으로 생각하세요? (인터뷰 당일 오전에 진행된 SNS 홍보디자인 워크샵에서 배운 포토샵을 열심히 복습하는 듯했는데, 사실은 인터뷰 내용에 심취해 있었던 듯)
안연출님: 희망적으로 생각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선택지의 문제는 아니고, 태어났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일이고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인 방법에 관해서… 저는 죄의식이나 죄책감을 주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예술적으로 어떻게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동물을 존중받는 개체로서 인정하고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동물과 친하게 되면, 동물을 사람과 같은 존재로 보게 된다면, 동물들이 괴로워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행동은 안하게 되지 않을까요? 동물과 함께 사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는 개를 키우고 있는데, 그 개는 제가 본 어느 개체보다 가장 멋진 존재거든요. 저는 이 개가 너무 좋은데, 왜 얘와 결혼하지는 못하는걸까. 이런 엉뚱한 생각을 관객들이 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게 제가 찾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요.
코난: 저는 <바리이야기>가 정말 너무 재미있었어요. 특히 다들 판소리를 잘 하셔서 깜짝 놀랐는데, 어떻게 훈련 받으신거에요?
안연출님: 국립국악원 워크샵에 가서 배웠어요. 그런데 판소리는 워낙 대단한 분야니까… 저희가 잘 하지 못하는데 어디 가서 판소리를 활용한 극이라고 이야기해도 되나 많이 망설였어요. 창은 잘 못하고 주로 이나리(말)를 많이 활용했어요.
독고탁: 저도 <바리이야기>를 너무 즐겁게 봤어요.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소품 하나 하나까지 정말 정성이 많이 들어간 연극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성의가 넘치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이번에 하신 공연은 쇼케이스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만으로 그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더 발전시켜서 공연하실 계획은 없나요?
안연출님: 그렇게 봐주셨다니 감사해요. 저도 기회가 있으면 정식으로 진행하면 좋겠어요. 이번에는 조금 길었다는 평이 있었는데, 길이를 조금 줄이고, 다른 전통 예술적인 요소들은 좀 더 추가하구요. 예를 들면 전통 사자춤처럼 곰춤도 넣고… 여러가지 전통 예술적 요소를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으로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독고탁: 저는 굿을 모티브로한 작품을 구상해본 적이 있어요. 그리고 구상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하게 작품을 만들어 보기도 했구요. 생각보다 평이 좋더라구요.
안연출님: 오, 그것도 재미있는 아이디어인데요?
코난: <바리이야기>를 더 발전시키는 작업 외에 앞으로 더 해보고 싶으신 작품이 있으세요?
안연출님: <달걀의 일> 이라는 작품을 1월에 올리구요, 그 외에도 판소리를 활용한 <바리이야기>식의 여성 국극 프로젝트는 계속 할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푸른수염> 설화 다시 쓰기를 해봐야겠죠.
도우너: <당곰이야기>에 이어서 <바리이야기>로 을지공간에서 두 번째로 작품을 올리시는 건데요. 앞으로도 을지공간에서 작품을 올리실 계획이 있으세요?
안연출님: 네 앞으로도 더 하고 싶어요. 저는 제 작품이 대학로 작품의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상한 위치에 있는 작품인데, 이상한 위치에 있는 극장이라 을지공간에서 공연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코난, 독고탁, 도우너: (박장대소) 이상한 위치에 있는 극장! 저희의 기치 중에 하나인 “OFF-대학로”보다 훨씬 정확한 표현인데요! 앞으로 저희 극장 소개할 때 그렇게 이야기 해야겠어요.
안연출님: (웃으며) 을지공간은 어떤 이야기든 자유스럽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느낌이 있었고, 뭐든지 허용 될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을지로 놀러오시는 분들이 20-30대분들이 많다는 것도 좋은 고려요소였구요. 또 을지공간은 지하철역 옆에 있지만, 문의 위치가 골목길 안쪽에 있어서, 관객은 골목길로 꼬불꼬불 들어와서 연극을 보게 되자나요. 그게 하나의 재미있는 경험이 되는거라, 관객분들이 호응도 좋더라구요.
도우너: 앞으로도 을지공간에서 공연 많이 부탁 드리구요, 저희 사무실에도 종종 놀러오세요. 긴 시간동안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안연출님: 감사합니다.
8월 지난 공연 및 향후 공연 소식
아래 내용은 영원한 태양(영태)이 정리했습니다. 영태는 <주눈>에 출연합니다.

- 링링링링
(8.19 ~ 8.23) 평일 : 5시/8시 주말 : 2시반/5시/7시반
연출: 박현욱
극단: 선한배우
출연진: 박장용 탁승빈 양진영 김재찬 유도하 진혜란 김버들 서새아 이수민 신연미
줄거리:
시간이 흘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있다.
내 창조의 모태는 어머니
그리고
사랑했던 친구들
수많은 애정과 우정의 써클
이 모든 사랑과 파괴 그리고 그리움의 관한 이야기
4개의 옴니버스를 통해 우린 모두
회상중독자가 되리라
더불어 이제는 소중한 것을 지키리
- 주눈
(8.26 ~ 8.30) 평일 : 4시/8시 주말 : 3시/7시
연출: 박현욱
극단: 선한배우
출연진: 윤국로 조환 서새아 남소하 박수정 조효진 김태형 김재찬 강연주 전다록 문재현 김태은 이재윤 채희원 김영호 김정규
줄거리:
1993년 3월, 튀니지의 정신병원. 정신분석의인 그녀는 우연히 병원과 약을 거부하는 정신분열증 환자 눈과 마주하게 된다.
폭력, 편애, 복종, 무관심만이 존재하는 가정에서 자란 눈은 자신만의 언어에 귀를 기울여주는 그녀를 통해 조금씩 변화해가지만,
그를 학대해온 맏형 카의 출소로 상황은 뒤집히고, 폭력의 그림자가 다시 눈을 집어 삼키려한다.
이 작품은 실제 튀니지의 정신과 의사인 네쟈 잠니가 자신이 치료한 환자의 이야기를 15년 동안 기록한 실화로 구성된 <정신분열증 환자 이야기>를 각색한 희곡이다.
연출의 글
미안합니다.
코로나라는 시국에 연극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아직 연극이 좋은지 무엇 때문에 하고 있는지
고맙습니다
을지공간 뉴스레터 파일럿 호
안녕하세요? 을지공간 뉴스레터 편집부입니다. 을지로 4가 철공소 골목이라는 이상한 위치에 있는 을지공간은 OFF-대학로의 문화거점으로 자리매김해보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을지공간의 소식, 공연 정보, 여러 분야의 예술인 그리고 인문학자들과의 대화, 을지로의 재미있는 소식들을 전하는 뉴스레터를 발행해보려고 합니다. 제1호 뉴스레터 발간에 앞서 파일럿호를 보내드립니다.
뉴스레터에 대한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구요, 좋은 의견을 euljispace@gmail.com 또는 을지공간의 인스타그램 (@euljispace) DM으로 보내주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편집부 소개
을지공간의 뉴스레터 편집부를 소개합니다.
코난

명탐정 코난 또는 미래소년 코난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의견이 분분하다. 똑똑해 보이는 말투와 동그란 안경 덕분에 명탐정 코난과 싱크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 채식과 필라테스로 가꾸어진 아기 피부의 보유자. 요즘 본인이 사는 동네를 배경으로 한 희곡을 쓰는데 전념하고 있다. 동네가 배경인 이유는… 리서치의 범위가 집 반경 1키로를 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위의 해석이지만 본인에게 확인된 사실은 아님.

독고탁
고독하고 반항아적인 성격으로 세상에 저항하다가 비극적 결말을 맞는 독고탁 이미지와 명랑만화의 탁구공 같은 독고탁 이미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하루 2-3시간의 사이클링을 무난하게 소화하는 체력가. 최근 먹은 젤 맛있는 음식은 철공소 골목 대림호프의 화요 특선 김밥. 기타 특기로 화려한 칵테일 제조 솜씨를 가지고 있어, 인근 업주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영원한 태양

영태, 영원한 태양 또는 수령님으로 불린다. 90년대생의 영하고 수려한 외모와 80년대생의 취향과 70년대생의 감성이 합체되어 세대를 아우르는 친화력을 발휘하는 능력자. 발군의 솜씨를 발휘하여 을지공간의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최근 와인에 입문했는데 레드와 화이트 중 레드파.

도우너
성질이 포악하여 잘못하면 물릴 위험이 크다는 소문이 있지만 실제로 물린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음. 최근 각종 매체 편집에 꽂혀 뉴스레터를 예쁘게 편집하는 역할을 맡았다.